브런치 「바이브코딩 스토리」를 쓰는 imago의 기록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듭니다.

저는 개발자가 아닙니다. 코드를 직접 쓰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지난 두 달 동안 앱 몇 개와 웹 서비스 하나가 나왔습니다. 어떤 순서로 여기까지 왔는지, 무엇을 틀렸고 무엇을 배웠는지 적어 두었습니다.

만든 것들은 전부 지금 열립니다. 써보시고 의견을 주시면 다음 것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습니다.

Prologue

문과 출신에, HTML도 못 짜는 사람이었습니다

20여 년간 마케팅 일을 해왔습니다. 무엇이 왜 필요한지는 문서로 잘 씁니다. 그런데 그 문서를 실제로 움직이는 물건으로 바꾸는 일은 언제나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했습니다. 견적을 받고, 일정을 조율하고, 기다리는 동안 아이디어는 대개 식었습니다.

그러다 AI가 개발의 진입장벽을 낮췄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도전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바이브 코딩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코드를 읽을 줄 알게 된 건 아닙니다. 코드를 쓰는 쪽을 맡길 수 있게 된 것에 가깝습니다. 대신 저는 '무엇을 왜 만드는가'와 '이게 제대로 됐는가'를 붙잡았습니다.

잘된 것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방향을 잘못 잡아 통째로 버린 것도, 만들고 나서야 아무도 안 쓸 물건인 걸 안 것도 있습니다. 아래는 그 순서 그대로입니다.

Journey

여기까지 온 순서

날짜가 아니라 순서가 중요합니다. 앞 단계에서 배운 것이 다음 단계를 만들었습니다.

  1. 2026년 6월 · 연습

    먼저,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앱 네 개를 만들었습니다

    무음 카메라, 음성 녹음, LED 전광판, 비밀 잠금. 세상에 이미 수백 개씩 있는 것들입니다. 만들고 싶어서가 아니라 '끝까지 가 보려고' 만들었습니다. 기획서에서 멈추지 않고 스토어 심사를 통과해 실제로 설치되는 데까지 한 번은 가 봐야 그다음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배운 것만드는 것보다 출시가 훨씬 어렵다. 심사, 개인정보처리방침, 권한 설명, 서명 키 보관 — 코드 밖의 일이 절반이었습니다.

    이 네 개는 이 사이트에 싣지 않았습니다. 연습이었고, 지금 하는 일과 결이 다릅니다.

  2. 2026년 7월 초 · 첫 번째 진짜 문제

    그다음, 남의 불편을 처음으로 풀었습니다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에 와서 일본어로 적어 둔 가게 이름을 카카오맵 검색창에 넣지 못해 길에서 멈추는 장면을 봤습니다. 번역 앱도 있고 지도 앱도 있는데, 그 둘 사이를 건너는 다리가 없었습니다. 칸나비(カンナビ)는 그 다리 하나만 만든 앱입니다.

    여기서 배운 것기능을 늘리는 것보다 딱 한 구간만 짧게 만드는 게 어렵고 또 값어치가 있다. 처음으로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으면 막히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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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26년 7월 중순 · 뼈대의 발견

    그리고 같은 뼈대를 다섯 번 더 폈습니다

    만들고 나니 이게 한국-일본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출발지·도착지·그 나라에서 실제로 쓰는 지도앱, 이 세 개만 갈아 끼우면 같은 구조가 그대로 성립했습니다. 중국·태국·베트남 방향으로 늘려 6종이 됐습니다.

    여기서 배운 것혼자였다면 6종은 불가능합니다. 뼈대를 한 번 제대로 세워 두고 갈아 끼우는 일을 에이전트에게 반복시키는 것 — 이게 비개발자가 쓸 수 있는 가장 큰 지렛대였습니다.

  4. 2026년 7월 하순 · 앱 밖으로

    앱을 넘어, 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강의 자료는 이미 있는데 영상으로 만들려면 카메라를 켜고, 다시 찍고, 편집하고, 자막을 달아야 했습니다. 자료 만드는 시간보다 그 뒷일이 길었습니다. 덱캐스트는 그 뒷일만 대신 가져가는 웹 서비스입니다. 스토어에 올리는 앱이 아니라 주소가 있고 결제가 붙는 물건을 처음 만들어 봤습니다.

    여기서 배운 것앱은 심사를 통과하면 끝이지만 서비스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파일이 들어오고 나가는 길, 문의를 받는 창구, 개인정보를 다루는 방식까지 전부 있어야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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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26년 7월 31일 · 가장 최근

    마지막으로, 무게가 있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응급실에서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알레르기와 복용 중인 약입니다. 정작 그 질문을 받는 순간에는 본인이 대답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갑 속 카드는 꺼내야 보이지만 잠금화면은 이미 켜져 있습니다. 정보를 옮기지 말고 사람들이 이미 보는 자리에 두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배운 것사람의 건강 정보를 다루는 순간 '안 만드는 것'도 설계가 된다. 서버를 두지 않았고, 계정도 로그인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지킬 것을 줄이는 쪽이 옳았습니다.

    응급QR 대표 이미지 응급QR 이야기 보기 →
How

비개발자가 만든다는 건 이런 일입니다

코드를 직접 쓰지 않습니다. 대신 '무엇을 왜 만드는가'를 정하고, 실행은 AI 에이전트에게 맡긴 뒤, 결과를 직접 눌러 보고 되돌려 보냅니다. 감독이 카메라를 직접 들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문제를 한 줄로 줄인다

'누가, 어떤 순간에, 무엇 때문에 막히는가'를 한 문장으로 만듭니다. 이 문장이 흐리면 그 뒤 작업은 전부 헛돕니다. 가장 오래 붙잡는 단계입니다.

일을 잘라서 맡긴다

기획·디자인·구현·검수를 각각 다른 에이전트에게 나눠 줍니다. 한 명에게 전부 시키면 앞에서 정한 것을 뒤에서 잊어버립니다.

직접 눌러 보고 되돌린다

빌드가 통과했다는 말은 믿지 않고 화면을 열어 봅니다. 제가 코드를 못 읽으니 실제로 동작하는가가 유일한 검수 기준입니다.

Feedback

써보시고 의견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 사이트는 '이런 걸 만들었으니 다운로드하세요'가 아니라 '개발자가 아니어도 여기까지는 되더라, 한번 봐 주시겠어요'에 가깝습니다.

어색한 화면, 이해 안 되는 문구, 열리지 않는 버튼 — 무엇이든 좋습니다. 특히 '이건 왜 이렇게 만들었지?' 싶은 지점이 있으면 그게 가장 도움이 됩니다. 제가 놓친 자리는 대개 거기입니다.